[기고]10·15 부동산 대책, 안양시민의 부담만 키운 규제 중심 정책

  • 등록 2025.10.25 13: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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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를 외면한 정책이 안양 시민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가 10월 15일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했으며,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투기 억제와 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정작 안양시민이 체감하는 현실은 정반대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한층 어려워지고, 서민의 부담만 커졌다.

안양은 수도권 남부의 핵심 교통 요지로,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교육·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다. 특히 신혼부부, 청년층, 서민 실수요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적 특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안양의 지역 현실과 시민의 주거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규제지역 확대와 대출 한도 축소는 오히려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자금 마련을 어렵게 만들었고,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를 위축시켰다.

더욱이 안양시 동안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택을 매매할 때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일정 기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이는 투기 방지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에게까지 동일하게 적용되어 거래 절차가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커진 문제를 낳고 있다. 매도자는 매매를 주저하고, 매수자는 대출 규제와 허가 절차에 막혀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결과 부동산 거래량은 급감하고 시장은 침체로 향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 강화는 이미 노후주택 비율이 높은 안양의 주거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안양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한 도시이지만, 행정 절차의 복잡성과 장기화로 사업 추진 속도가 매우 더디다. 평촌신도시를 비롯해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 단지가 다수 존재하지만, 실제 착공에 들어간 단지는 많지 않다. 비산동·관양동 일대 재개발 사업도 행정 절차 지연으로 답보 상태다.

신규 택지 개발 여건 역시 좋지 않다. 도시 면적이 좁고 이미 개발된 지역이 많아 대규모 공급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축소, 세금 부담, 분양가 상승이 겹치며 안양에서 내 집 마련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는 주거비 부담 때문에 의왕, 군포, 시흥, 안산 등 인근 도시로 이동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거래 감소는 단순히 부동산 시장의 위축에 그치지 않는다. 이사, 인테리어, 건자재, 가전 등 연관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전세 공급이 줄어 전세가 상승 또는 월세 전환이 늘어나면서 서민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의 안양 부동산 시장은 “공급은 막히고, 규제는 늘어난” 악순환 속에 시민의 삶이 점차 팍팍해지고 있다.

한편, 동안구의 규제 강화는 도시 내 지역 불균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만안구로 수요가 이동하면 한쪽 지역은 가격 상승, 다른 지역은 거래 위축으로 침체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결국 같은 안양 안에서도 시민 간의 불평등이 커지고, 주거 불안정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이처럼 ‘10·15 부동산 대책’은 안양시의 현실적 여건을 외면한 채 일률적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실수요자에게 가장 큰 부담을 지운 정책이 되고 말았다. 대출은 줄었지만 집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전세 가격은 불안정해졌다. 시민 입장에서는 “투기를 막는 정책”이라기보다 “실수요자의 숨통을 조이는 정책”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 강화가 아니라 실수요자의 부담 완화다. 다자녀 가구, 신혼부부, 장기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대출 한도나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고, 주거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 동시에 안양시는 재건축·재개발 절차를 합리화하고, 청년층과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신혼부부 전용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목적은 시장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안정시키는 데 있다. 규제의 강도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체감하는 주거 안정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안양시민의 현실을 다시 들여다보고, 실수요자를 중심에 둔 세심한 정책 전환으로 시민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부동산 안정 정책이며, 시민이 바라는 정책의 출발점이다.

허원구 안양시의원 newsfit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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