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핏 = 김수진 기자)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 1864~1953)의 삶과 예술, 그리고 문화 독립의 정신을 조명하는 특별전 《오세창: 무궁화의 땅에서》를 오는 11월 27일부터 2026년 3월 8일까지 개최한다.
오세창은 개화기부터 대한제국기, 일제강점기와 해방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며 독립운동가, 서화가, 수장가, 언론인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한국 근대 문화 형성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박물관이 기획한 ‘광복80-합合’ 특별전 3부작의 마지막 전시로, 앞선 김가진·여운형 특별전이 20세기 전반의 정치와 사회를 조명했다면, 이번 전시는 문화적 관점에서 광복의 의미를 되새긴다.
오세창은 부친 오경석의 개화사상과 조선과 청나라와의 문예 교류에 힘입어, 조선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지식인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개화기에는 새로운 문물과 지식을 수용하며 근대 사상과 학문의 기반을 마련했고, 대한제국기에는 언론 활동으로 항일 의식을 확산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3·1운동 민족대표 33인으로 참여하여 독립운동의 역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 동시에 그는 우리 문화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쳐 고서화와 금석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며 민족문화의 맥을 잇고자 했다. 그가 모으고 남긴 방대한 글과 그림은 오늘날 한국 문화유산 연구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오경석, 오세창 부자(父子)의 삶과 활동을 조명하며, 두 선각자가 남긴 정신적 유산과 문화적 실천의 의미를 새롭게 되짚고자 한다. 오세창의 생애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문화보국(文化保國, 문화로 나라를 보전하다)’이다. 전통이 흔들리던 격동의 시대에도 그는 금문(金文) 연구, 서예와 전각 활동, 고서화 및 금석 자료의 수집과 편찬을 통해 민족 문화의 계보를 잇고 나라를 지켜내고자 힘썼다.
전시는 오세창의 삶과 사상을 네 가지 주제로 구성해, 근대 문화계를 이끌었던 인물로서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① 오세창과 아버지 오경석, ② 금문 탐구와 전각 예술, ③ 문화를 지켜낸 수집 활동, ④ 오세창의 글씨와 동시대 예술이 차례로 소개된다. 전시를 기획한 경기도박물관 정윤회 선임학예사는 “오세창의 수집과 기록은 그 과정 자체가 곧 독립운동이었다”며, 이번 전시를 “한국 문화가 어떻게 지켜지고 전해져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오경석이 청나라 문인들과 나눈 서간을 묶은 『중사간독첩(中士簡牘帖)』과 오세창이 수집하여 엮은 『근묵(槿墨)』, 『근역서휘(槿域書彙)』, 『근역화휘(槿域畵彙)』, 『근역석묵(槿域石墨)』,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 등, 여러 기관에 나뉘어 소장되어 있던 주요 유물이 역사상 최초로 모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경석과 오세창의 컬렉션이 대규모로 출품되어, 한국 서화사의 전모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보물 21점을 포함해 9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는데, 강감찬·김정희·신사임당·정약용·한석봉 등 미술사 핵심 인물들의 글과 그림도 있다.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 1906~1962)과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보화각(葆華閣)’ 현판과, 위창이 감상하고 글을 남긴 이건희 컬렉션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오세창의 글씨와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 1892~1979)의 그림으로 꾸며진 〈두 폭 병풍〉은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유물이다.
이번 전시에는 간송미술관,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서울대학교박물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월전미술관 등 국내 유수의 기관이 참여하여 의미를 더했다.
경기도박물관 이동국 관장은 “오경석·오세창 부자가 수집하고 남긴 글과 그림은 광복의 정신을 지탱하는 요체이자, 오늘날 현대예술과 ‘K-컬처’의 뿌리를 이루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그러나 “지금 고서화 가치는 서양미술의 백분의 일도 안 된다. 세계 주요 경제국인 우리나라가 이번 전시를 통해 문화 통일과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사·전통·예술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경기도박물관은 이러한 가치 실천에 도민과 함께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경기도박물관 기획1실에서 열리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