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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는 제도는 다시 점검되어야 한다


경기도의회 소속 30대 공무원이 국외출장 경비 편법 지출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충격을 남겼다. 무엇보다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한 사람이 감당하지 않아도 될 책임과 압박 속에서 삶을 스스로 멈추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 사건은 결코 개인의 선택이나 판단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지금 지자체의 정치와 행정이 어떤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다.

지자체의 국외출장은 개인의 일이 아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공적 결정이다. 출장을 갈지 말지, 왜 가는지, 얼마의 예산을 쓰는지는 정치의 영역이다. 이 판단과 책임은 선출직에게 있다. 공무원은 그 결정에 따라 행정을 집행하고, 규정에 맞게 정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역할 구분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경계가 자주 흐려진다.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규정과 현실 사이의 부담이 실무자에게 전가돼 왔다. 결정은 위에서 이뤄지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아래로 향한다. 결정권자는 보이지 않고, 집행을 맡은 공무원만 문제의 중심에 서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누구라도 버티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그 끝이 얼마나 비극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공무원에게도 책임은 있다. 법과 규정을 지키고, 절차를 준수하며, 잘못된 집행에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은 국외출장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모든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지자체 조직은 건강할 수 없다. 제도는 사람을 관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사람이 제도의 방패가 되는 순간, 행정은 이미 방향을 잃은 것이다.

선출직의 책임은 더욱 분명하다. 지자체 국외출장이 정말 필요한지, 시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어떤 성과를 기대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스스로 결정한 출장을 스스로 심사하고 평가하는 구조 역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책임 없는 결정은 결국 누군가의 희생 위에 쌓이게 된다. 정치적 판단에는 정치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다시는 지자체 공무원이 이런 일에 연루되어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멈추는 안타까운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결정을 한 사람은 그 결정의 책임을 지고, 집행을 맡은 사람은 제도로 보호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도록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실제로 지키는 것이다.

시민이 바라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납득할 수 있는 결정, 투명한 과정, 책임지는 정치다. 공무원 역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의 정치와 행정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할 때, 비로소 시민의 신뢰는 회복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지자체가 잠시 멈춰 서서 제도를 점검하라는 신호다. 이 신호를 외면하지 않고,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와 책임이 분명한 행정으로 나아간다면, 이 비극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성찰이고, 말이 아니라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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