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핏 = 김호 기자) #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돈줄이 말라 더 이상 생업을 이어갈 여력이 없다는 지역 소상공인의 하소연이 전국 최대 규모 파주페이 발행이라는 파격적 결단을 끌어냈다.
#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어 막막하다는 중소 제조업체 대표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파주시 기업박람회로 구체화되어 관내 중소기업 제품의 유통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 대중교통이 부족해 학생들의 등하굣길 불편이 크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어느 학부모의 목소리가 전국 최초의 통학 순환버스, 파프리카를 탄생시켰다.
# 인구가 늘고 맞벌이부부가 넘쳐나는 데도 아파트 단지 안에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늘 불안에 시달린다는 초등생 학부모의 호소는 현행법상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지역에서도 운영비 전액을 시 예산으로 충당하는 파주형 다함께돌봄센터를 낳았다.
민선8기 파주시를 대표하는 시정 혁신 사례로 손꼽히는 이 정책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정책 수립의 최초 논의가 시작된 곳이 다름 아닌 이동시장실이라는 점이다.

시민 눈높이 소통으로 기초행정 내실 다지고, 시민 협치 활성화
민선 8기 출범 직후인 ’22년 9월 처음 문을 연 이동시장실이 37개월 만에 172회의 운영 실적을 기록하며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매월 평균 5회꼴로 이동시장실이 열렸고, 이를 통해 김경일 시장이 직접 만난 시민이 누적 6,30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처럼 몇 개의 숫자로 요약되는 실적이 소통의 성과를 다 말해주진 않는다. 김경일 시장은 “이동시장실 현장 소통은 단순히 정서적 교감을 확대하는 차원이 아니라 시정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 시민 협치를 활성화하는 데 그 진정한 가치와 효용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라고 말했다.
사소한 민원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고 수용하려는 노력은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기초행정을 내실 있게 다지고 현장 요구에 발맞춰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구체화하는 데까지 나아갔고, 민선 8기 파주시를 대표하는 다수의 혁신 사례를 탄생시켰다.
이동시장실 4년 차, 책상 위 공무원의 보고서로는 알 수 없던 삶의 현장,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혁신의 원천으로 삼은 소통특별시 파주시가 이룬 성과들을 돌아본다.
민생 살리는 시정 혁신··· 시민과 소통하면 정책이 진화한다
시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현장 소통의 가장 큰 효용은 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정확한 체감도를 파악하고 정책의 품질 개선을 위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전국 최대 규모 지역화폐 발행 확대
지역화폐 파주페이가 지역 상권 활성화 대책으로 확고한 입지를 굳혀가는 과정이 그러했다. 2024년 2월, 지역화폐에 대한 국비 지원이 대폭 줄어드는 와중에도 파주시는 연중 상시 10%의 인센티브를 유지하고, 충전 한도를 당시 행안부 지침상 허용하는 최대치인 월 70만 원으로 늘리고, 명절과 가정의 달에는 최대 100만 원까지 늘리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이는 한 달 전 열린 이동시장실에 참석한 자영업자 대다수가 파주페이로 인한 매출 신장 효과를 확실히 체감하고 있음을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며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나 가정의 달처럼 가계소비가 활발한 시기에는 충전 한도 금액을 늘리는 등 탄력적인 제도 운영 방식 또한 시민들의 제안에 귀 기울인 결과였다.
파주시 기업박람회 개최
이동시장실은 탁상 위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현장의 어려움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여 해결책을 모색하고 정책에 반영해 민생 사각지대를 일소하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관내 중소 제조업체들을 위한 유통 활성화 방안으로 지난해 처음 개최된 파주시기업박람회는 2023년 1월 문산읍 기업인 이동시장실에 참석한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가 “파주시 기업인협의회에 등록된 업체가 무수히 많은데, 이들이 어떤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라며 “기업 간 소통을 강화하고 관내 유통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기업 제품전시회’ 개최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라고 한 제안에서 출발했다.
기업 제품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로는 이미 파주상공엑스포도 있었지만, 상공회의소 회원사에 한하여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규모가 작고 영세한 제조업체들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제품을 선보일 기회를 찾기 어려운 데다 마케팅이나 영업에 특화된 전문 인력이 없어 판로 확보도 쉽지 않았다.
해결책은 시가 직접 기획하고 주최하는 기업박람회를 개최하는 방안이었다. 관내 중소기업이 만든 우수 제품을 한 자리로 모아 대중에게 홍보하고, 판매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시는 참여 기회가 간절한 영세 기업들을 직접 찾아 나서 의견을 수렴하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비롯한 관계 기관의 협조를 구하며 면밀한 준비 끝에 지난해 가을 첫 박람회 개최를 성공시켰다. 일시적인 전시 효과보다는 ‘유통 활성화’가 간절한 현장 요구에 부응해 관내외 대중들이 함께 즐기는 문화축제 ‘파주포크페스티벌’ 시기에 맞춰 홍보 효과를 높였고, 올해 열린 제2회 박람회에서는 해외 바이어를 초청하고 수출상담회를 열어 지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의 기회도 제공했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간다’··· 적극행정 혁신 의지 북돋는 눈높이 소통
시민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은 민원을 처리하는 공직자들의 의식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소통과 공감은 공직자들의 혁신 의지를 북돋웠고, 민선 8기 파주시가 시정의 금과옥조로 삼아온 ‘시민 중심 적극 행정’의 공직문화를 정착시켰다.
학생전용 통학순환버스, 파프리카
파주시와 경기도교육청, 파주교육지원청이 협력해 추진한 전국 최초의 학생전용 통학순환버스 ‘파프리카’는 ‘대중교통 부족으로 불편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버스 노선을 확대하거나 재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한 학부모의 건의에서 출발했다.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노선 변경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운송 업체의 동의도 필요한 사안이어서 ‘추진 불가’ 판정을 내릴 수도 있었지만, 시민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적극행정 의지는 결국 이를 민선 8기 파주시의 대표적인 혁신 성과로 바꿔냈다.
버스 노선을 조정해 달라는 불가능한 요구 대신 통학버스라는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도 현행법의 한계를 맞닥뜨렸지만, 파주시는 한정면허’ 제도와 ‘공동운수협약’ 제도를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해 현행법 개정 없이도 정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2024년 봄 운정신도시 18개 학교를 잇는 노선으로 출발한 파프리카는 2025년 금촌과 문산 등 북부권역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확장되어 파주시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통학권을 보장하고, 지역별 맞춤 노선 운영으로 교육격차 완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주형 다함께돌봄센터
파주시는 지역 돌봄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기반 시설 확충에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인구 유입으로 공적 돌봄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지역 돌봄 체계 미비로 인한 현장의 어려움은 이동시장실 소통의 장에서 자주 거론되는 주제 중 하나다.
2024년 12월, 초롱꽃마을 아파트에서 열린 이동시장실에 참석한 초등생 엄마 신나리나 씨는 6단지 아파트 주변에는 돌봄 시설이 없어 방과 후 자녀들의 안전이 늘 걱정이라며, 단지 내 도서관 자리에 돌봄센터를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초롱꽃마을 6단지는 입주민이 무려 1000세대나 되고,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방과후 돌봄 수요가 많은데도 단지 내 돌봄 시설 설치를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한해 다함께돌봄센터를 의무화한 현행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완공된 주택이기 때문이다. 법상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이상 파주시로서도 당장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도서관 공간을 돌봄 시설로 개조하는 방안도 여러 법률 사항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인구가 적은 북부권역은 물론이고, 돌봄시설이 비교적 촘촘하게 갖춰진 신도시 지역 곳곳에도 생각지 못한 돌봄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현실이다.이동시장실 소통 과정에서 파악된 시민의 이 같은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파주시가 찾은 해법은 바로 ‘파주형 다함께돌봄센터’, 법상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지역에도 주민들 간 공동사용이 가능한 공간만 확보되면 운영비 전액을 시 예산으로 충당하는 돌봄센터를 적극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 9월 ‘파주형다함께돌봄센터’ 7개소가 일제히 문을 열었다. 이동시장실 시민 소통이 이뤄낸 또 하나의 혁신이다.

작은 목소리일수록 더 크게 듣는다··· 정책 사각지대 보듬는 공감 행정
다수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고충을 정책으로 풀어내는 일보다 더 어려운 건 소수자들의 삶의 필요를 채워주는 작은 변화의 시도이다. 시민의 삶 깊숙이로 다가간 이동시장실의 눈높이 소통 의지는 작은 소리일수록 더 크게 듣는 ‘공감 행정’으로 정책의 사각지대까지 보듬는다.
아이가 아프면 문산, 운정, 일산까지 나가야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적성면 마지3리 주민 박미정 씨의 하소연을 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적성보건지소에 소아과 전문의가 파견되고, 방학이 시작되면 갈 곳이 없다는 발달장애 학령기 청소년의 어머니 김혜진 씨의 호소가 발달장애학생 방학돌봄지원 프로그램 마련으로 이어지는 곳이 바로 소통특별시 파주시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시민과 소통하다 보면 늘 현명한 해답을 찾게 된다. 파주시가 이루어낸 성과가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소통의 결실이다. 시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눈높이와 기대치에 부응하겠다는 의지가 지금의 파주를 만들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