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희씨(40세)가 밀루를 만난 곳은 시흥시동물누리보호센터. 시흥시가 운영하는 직영 유기동물 보호소다. 밀루를 보자마자 박씨는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믹스견, 특히 어린 강아지들은 성견 크기를 예상하기 어려워 입양선호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밀루의 특별함이 박씨를 시흥시까지 걸음하게 한 이유다.
“처음 밀루를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뛰어요. 센터에 마련돼 있는 야외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밀루를 봤을 때 운명을 느꼈죠”
시흥시동물누리센터(경기도 시흥시 뒷방울길 218)는 지난 2022년 운영을 시작했다. 전체 면적 4,156㎡ 내에 동물 보호 공간, 동물 병원, 입양상담실 등을 갖추고 있다. 유기동물의 구조부터 보호, 치료, 입양에 이르기까지 전반을 관할하며, 관내 발생 유기·유실동물 100여 마리를 수용한다.

2025년 2월 현재까지 총 832마리의 유기견이 이곳에서 가족을 만났다. 입양률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2년에는 29%(188건)였던 입양률이 2023년에는 34%(318건), 지난해에는 49%(326건)로 늘어났다.
밀루는 2023년 1월, 시흥시 갯골생태공원이 보이는 비닐하우스 근처에서 발견됐다. 아직 엄마의 온기가 필요한 2개월 령이었다. 밀루의 동배 다섯 마리도 함께였다. 포동 222에서 구조된 여섯 남매는 발견된 지역 이름을 따 포동, 포유, 포돌, 포도, 포피, 포천으로 명명됐다.
“포동이라는 이름이 귀엽기도 하잖아요. 그게 발견된 곳 이름이라는 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요. 틴틴의 모험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강아지랑 닮았는데 그 이름을 따 밀루라는 새 이름을 지어줬어요”

시흥동물누리보호센터에 있는 아이들은 시흥시에서 발견된 유실·유기동물이거나, 학대를 받았던 피학대동물 등 구조된 아이들이다 구조된 동물들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과 시흥시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분양 공고한다. 봉사자들의 개인 소셜미디어도 아이들과 입양희망자를 잇는데 큰 역할을 한다. 박씨 역시 한 시흥동물누리센터 봉사자의 게시글을 보고 밀루를 처음 알게 됐다.
입양 희망자는 예약 후 센터를 찾아 면담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입양 희망자의 가정환경과 양육경험, 특성 등을 고려해 파양 가능성을 최소화 하는데 중점을 둔다.
“센터에 가서 상담을 진행했는데 제 환경에 대해 굉장히 면밀히 살피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후 심사 기간이 일주일 정도 걸렸는데, 너무 간절해서 제가 어떻게 밀루를 잘 키울 수 있는지 의지를 담은 PPT를 만들어 담당자 분께 보내기도 했을 정도에요”
입양을 결정하면 백신 접종, 전염병 키트 검사, 중성화 수술 및 내장형 동물 등록 등이 지원된다. 이뿐 아니라 입양자는 6개월 이내 진료비, 미용비, 건강검진비 등 최대 15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시흥시 동물누리보호센터의 특징 중 하나는 입양자 간 교류하며 반려동물 입양 문화의 선순환을 만들어 간다는 거다. 입양자들은 시흥동물누리센터 카페에 반려동물의 입양후기를 작성하고, 때로는 입양 홍보대사가 돼 활동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 간의 커뮤니티도 상당히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밀루가 총 여섯 형제예요. 모두 다 잘 입양이 됐는데, 밀루와 가까이 거주하는 두 형제와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요. 나무 보호자님이 먼저 연락을 주셨고, 나무(@bubbanamu)랑 밀루, 테리(@terry.terry.boy)까지 세 가족이 종종 만나 교류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이어준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인 셈이죠”

이들은 지난해 11월, 함께 첫 생일을 함께 하기도 했다. 같은 날 태어나 같은 날 구조된 형제들은 이제 함께 매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워갈 수 있는 가족이 됐다.
밀루를 입양하기 전, 훈련소에 가서 보호자 교육을 받을 정도로 의지가 강했던 박씨는 강아지를 키우며 겪는 문제들은 ‘유기견’이어서가 아니라 단지 ‘커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행동이 나타나면 보상을 주며 기다려 준 결과, 밀루는 의젓하게 성장했다.
“처음에는 다 서툴렀죠. 엘리베이터도 잘 못 탔고, 처음 위생미용 한 날에는 밤새 헐떡이며 괴로워하던 걸 보며 정말 아찔했어요. 나중에 여쭤보니 첫 미용을 하면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밀루와 함께 한 1년, 박씨는 밀루를 통해 더 큰 세상을 보고 있다. “밀루를 키우며 저도 함께 자라는 느낌이에요. 낯도 많이 가렸는데 밀루라는 공감대를 통해 새로운 인연도 많이 생겼고요” 인스타그램(@milou_theonly1)을 시작한 것 역시 유기견 홍보 봉사를 통해 한 생명의 삶을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밀루가 조금 더 성장하고 나면 임시보호도 계획하고 있다는 박씨는 유기견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센터를 방문해 보라고 권했다. “만남은 힘이 있어요. 밀루가 제게 더 큰 가족과 세상을 선사한 이 경험을 꼭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 싶습니다”